파이어족이란 무엇인가?
요즘 파이어족이라는 말이 유행처럼 번지는 것 같습니다. 저는 뉴스로 처음 접했던 것 같은데, '저게 가능할까?', '대단하다', '부럽다', 이런 생각을 들면서 저도 저렇게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처음 접하는 생소한 아이디어에 당연히 직장을 다니면서 살아가야 하는 것이 숙명이라고 암묵적으로 인식하고 있던 저에게 잔잔한 충격으로 다가왔습니다.
파이어족이란 말은 미국의 토론 사이트 레딧(Reddit)에서 파생되었다고 알려지며 그 후에는 미국의 파이어족 관련 책이 출판되면서 널리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파이어족은 기본적으로 '파이어 운동[FIRE(Financial Independence Retire Early) Movement]을 실천하는 사람들'이라는 개념에서 시작되었습니다. 파이어 운동의 핵심은 두 가지로, 경제적 자유와 조기 은퇴의 두 축으로 이루어집니다.
경제적 자유(Financial Independence, FI)
경제적 자유는 다른 말로는 '재정적 독립'이라고도 풀이되는데, 이는 외부에서 경제적 보상을 받지 않아도 스스로 생계를 꾸리는 것이 가능한 상태를 의미합니다. 추가 노동을 통해 얻는 타인의 돈, 즉 근로 소득 없이도 충분히 살아갈 수 있는 수준의 재정적 상태가 바로 경제적 자유입니다. 다른 말로는 시간을 많이 들여 돈을 버는 적극적 소득(Active Income) 없이 소극적 소득(Passive Income)에 해당하는 투자 소득, 자본 소득, 저작권 소득 등만으로도 소비를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상태를 말합니다.
조기 은퇴(Retire Early, RE)
조기 은퇴는 말 그대로 일반적인 은퇴 시점보다 빠른 시기에 은퇴하는 것을 말합니다. 여기서 의미하는 '은퇴'란 '생계를 잇기 위해 하는 일'과의 결별을 뜻하며, 개인적으로 하고 싶은 일을 하거나 준비하는 것과는 별개입니다. 여기서 파이어 운동에 숨겨진 중요한 요건이 하나 더 있는데, 바로 '자발적인' 은퇴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원치 않은 비자발적 은퇴와 파이어 운동에 입각한 조기 은퇴는 차이가 있습니다. 경제적 자유를 확보한 뒤 조기 은퇴하는 것을 '파이어를 선언하다'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조기 은퇴야말로 진정한 파이어 운동의 완성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파이어 운동의 시작
미국에서 파이어 운동이 처음으로 시작된 것은 1992년 비키 로빈(Vicki Robin)과 조 도밍후에즈(Joe Dominguez)가 쓴 책 <부의 주인은 누구인가(Your Money or Your Life)>에서 기원합니다. 당시 로빈은 'FIRE'라는 단어를 쓰지는 않았지만, 경제적 독립을 쟁취한 뒤에 새로운 삶을 사는 것에 대한 아이디어를 처음으로 대중에게 제안해 베스트셀러 작가가 됐습니다. 그 이후 미국의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피터 애드니(Peter Adeney)가 2011년 조기 은퇴한 뒤 자신의 블로그 <미스터 머니 미스태시(Mr. Money Mustache)>를 통해 경제적 자유를 통한 조기 은퇴의 개념을 추가했습니다. 이후 파이어 운동은 2019년에 출판된 그랜트 사바티어의 <파이낸셜 프리덤>, 스콧 리킨스의 <파이어족이 온다>를 통해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지게 됩니다.
파이어 운동의 전개
파이어 운동의 시초인 미국에서는 사실 '파이어족'이라는 단어가 보편적으로 쓰이지는 않습니다. 대신 'FIRE Member(파이어 멤버)', 'FIRE Follower(파이어 팔로어)'라는 말이 쓰입니다. 이는 넓은 의미의 파이어족으로서 파이어 운동을 실천하는 사람들을 모두 포함해 이르는 말입니다. 즉, 미국에서는 경제적 자유 달성이나 조기 은퇴여부를 떠나, 파이어 운동에 공감하고 그 생활양식을 실천에 옮기고자 하는 모든 사람을 파이어족으로 포함하고 있는 것입니다.
반면 한국의 여러 대중매체에서는 '파이어족'을 경제적 자유를 달성한 조기 은퇴자로만 한정하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 한국에서는 '좁은 의미의 파이어족'이 조금 더 일반적으로 통용되고 있습니다. 동시에 파이어 운동을 추구하는 모든 사람을 뜻하는 '넓은 의미의 파이어족'이 혼용되기도 합니다.
- 넓은 의미의 파이어족: 다양한 파이어 운동을 실천하는 모든 사람을 의미한다.
- 좁은 의미의 파이어족: 한국에서 파이어족은 일반적으로 경제적 자유를 확보한 조기 은퇴자를 뜻한다.
파이어족이 되기 위한 기본 조건
파이어족에 대한 개념을 이해했다면 이제 중요한 것은 돈입니다. 경제적 자유란 평생 일하지 않아도 충분한 생활비가 나오는 상태를 이야기하며, 이때 자연스럽게 조기 은퇴도 가능해집니다. 평생 생활비를 어떻게 마련하는지가 바로 파이어족이 되기 위한 첫 과제입니다. 충분한 생활비를 확보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충분한 '은퇴 자산'을 마련하는 것과 '은퇴 후 현금 흐름'을 확보하는 것입니다.
은퇴 자산 4% 룰
회사 사람 중에서 농담반 진담반으로 '로또 1층 당첨되면 당장 나갈 거다'라고 하는 분들이 있죠. 이런 경우 충분한 은퇴 자산이 될 수 있습니다. 현실적으로 은퇴 자산을 확보하기가 어렵기에 기본적으로 얼마만큼의 돈이 필요한지를 알아야 합니다.
간단한 방법으로 경제적 자유의 룰인 '4% 룰'로 계산해 보는 것입니다. 경제적 자유의 선구자 그랜트 사바티어는 그의 책 <파이낸셜 프리덤>에서 '4% 룰'을 설명했습니다. 내가 은퇴 자금을 지속적으로 수익을 내는 투자처에 투자해 뒀을 때, 전체 은퇴 자금의 4% 이하로만 한 해 생활비를 쓴다면 이 은퇴 자금은 영원히 손실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이론입니다. 사바티어는 그동안의 주식·채권 시장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평범한 사람들이 목돈을 투자했을 때 평생 돈을 벌지 않아도 투자 수익만으로 생활할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필요한 은퇴 자산을 계산하는 방법은 필요한 생활비에 4%의 역수, 즉 25를 곱하면 됩니다. 예를 들어 생활비로 월 200만 원이 필요하다면 200만 원 X 12달 X 25 = 6억 원이면 경제적 자유가 가능합니다. 4%는 다른 말로 '안전 인출률'이라고도 불리며, 은퇴 자금에 있어서 4%가 보수적이라는 결과는 트리니티대학교에서 진행된 연구에서 밝혀졌습니다. 미국 시장의 평균적인 연평균 주식 투자수익률인 8%에 전 재산을 투자해도 충분히 오랜 기간 은퇴 자금을 충당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보수적인 사람들은 인출률을 3%로 잡아서 생활비의 33배를 안정적인 은퇴 자금으로 산정하기도 합니다. 위의 사례에 적용해 보면 이런 경우에는 8억 원이 필요합니다.
미국에서는 흔히 100만 달러, 즉 한화로 약 12~13억 원 정도가 한 사람의 온전한 은퇴 자금이라고 말합니다. 4% 룰을 적용할 경우, 한 명당 400~430만 원 정도의 생활비를 쓴다는 기준으로 한 것인데, 이는 한국을 기준으로 하면 넘치는 금액입니다. 2022년 기준으로 미국의 1인당 GDP는 약 76,400달러(1억 92만 원)이고, 한국의 1인당 GDP는 32,410달러(4274만 원)로 절반에도 못 미치는 상황을 고려해 보면, 일반적으로 1인당 6~7억 원 정도가 평균적인 목표 은퇴 자금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은퇴 후 현금 흐름 확보
또 다른 은퇴 자금 조달 방법은 '소극적 소득(Passive Income)' 또는 '시스템 수익'을 확보하는 방법입니다. 이는 자산 규모 자체를 키우는 것보다 조기 은퇴를 위한 생활비 조달의 핵심에 가깝습니다. 여기서 '소극적 소득'이란 시간을 많이 투입해야 얻을 수 있는 노동 수익이 아닌 자동으로 창출되는 수익을 말합니다. 쉽게 말해 '자동으로 내 통장에 입금되는 돈'을 통틀어 '소극적 소득'이라고 부릅니다. 오랜 기간에 걸쳐 고정적인 금액을 지급하는 연금이나 매달 고정적 수입이 보장되는 부동산 수입 등이 바로 이런 소극적 소득의 대표적인 예입니다.
은퇴 현금 흐름을 창출하는 방법 중 가장 보편적인 것은 금융 수익과 부동산 수익입니다. 금융자산을 통한 예금 이자, 배당금, 채권 수익 등은 대표적인 금융 수익입니다. 여기에 소유한 부동산이 있다면 월세를 주어서 매월 수익이 들어오는 현금 흐름을 만들 수 있는 좋은 방법입니다. 이러한 소득은 자본을 투자해 얻은 자산에서 나오기 때문에 자본 소득 또는 투자 소득이라고 말합니다.
연금을 활용하는 것도 은퇴 현금 흐름을 만들기에 아주 좋은 방법입니다. 국민연금, 퇴직연금, 개인연금, 연금보험 등 다양한 연금 상품이 존재합니다. 그밖에 무자본으로 하는 방법도 있는데, 출판 저작권료, 방송 필름 저작권료, 작곡 저작권료, 판권 수익금, 특허권, 상표권, 영업권 등 소극적 소득을 내는 방법은 본인이 하기에 달렸습니다.
이상으로 책 <대한민국 파이어족 시나리오>의 내용을 인용해서 글을 작성해 보았습니다. 기회가 되신다면 한 번 읽어보시길 바라겠습니다. 그럼 이만 글을 줄이며 많은 관심(♥)과 구독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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