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채굴이 환경에 악영향을 끼친다!' 많이 들어 보셨을 겁니다. 그런데 이 내러티브는 사실일까요? 아니면 오해일까요? 비트코인의 환경 관련 변수는 비트코인의 가격에도 영향을 미쳐 왔는데요. 최근 한 보고서에서 비트코인이 오히려 환경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와서 큰 주목을 받았습니다. 이번 글을 통해 한 번 그 내용을 살펴보겠습니다.
회계법인 KPMG의 보고서
글로벌 BIG4 회계 법인입니다. KPMG가 '비트코인: ESG 혁신을 위한 촉매제'라는 보고서를 발간했습니다. ESG는 환경, 사회, 지배구조를 의미하는 거죠. 이 보고서에서는 비트코인이 다양한 방식으로 기업의 ESG 목표에 기여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는데요. 이번에 이 중에서도 대중적으로 가장 큰 오해라고 할 수 있는 E, 환경에 집중해서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비트코인 채굴에 절대적으로 많은 에너지가 사용되는 건 분명합니다. 바로 작업증명(PoW) 합의 메커니즘에 기반하기 때문인데요. 비트코인 네트워크는 약 10분마다 블록체인의 새로운 블록을 추가하는 구조입니다. 채굴자들은 다음 블록을 생성하고 보상을 받기 위해서 엄청난 컴퓨팅 파워를 동원해서 복잡한 수학 문제를 풀죠. 이 과정에서 24시간 동안 채굴기를 켜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입니다. 경쟁 우위를 유지하기 위해서 장비를 대규모로 확장하고 업그레이드도 합니다. 특히, 암호화폐 채굴에 사용되는 대표적인 장비인 에이식(ASIC)은 에너지 소비를 늘리는 주범으로 꼽힙니다. 에이식은 문제를 풀 때 많은 열을 발생시키는데 이때 효율성이 떨어지는 것을 방지하려면 추가적으로 많은 냉각 장비를 필요로 합니다. 그러면 비트코인 채굴은 얼마나 많은 전력을 소모하는 걸까요?
비트코인의 전력 소비량
케임브리지 대안금융연구소에서 비트코인 전기 소비 지수를 발표하고 있습니다. 조사에 따르면 비트코인이 연간 소비하는 전력량은 2020년 기준으로 81.51 테라와트시(TWh) 수준입니다. 현재는 조사 결과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95~129 TWh정도입니다. 이 수치만으로는 어느 정도인지 감이 덜 오실 겁니다. 예를 들어서 설명드리면 오스트리아나 폴란드, 베네수엘라 같은 나라들의 연간 전력 소비량보다도 더 많습니다. 너무 많은 것 아닌가? 이런 생각을 하실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가치를 생산하는 과정에서는 에너지가 부득불 소모될 수밖에 없겠죠. 비트코인의 전력 소모량을 다른 시스템과 비교해 보겠습니다. 갤럭시 디지털에서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100대 은행 전산 시스템의 경우, 데이터 센터와 지점망 관리에만 연간 250 TWh의 전력이 소모됩니다. ATM 기기와 신용카드 망까지 포함하면 260 TWh를 넘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금(Gold) 채굴의 연간 에너지 소비도 240 TWh에 육박하고 있습니다. 비트코인의 전력 소모는 이들이 사용하는 전기의 절반 수준에도 미치지 못했습니다.
비트코인의 작업증명
한편, 이런 의문이 드실 수도 있습니다. 전기를 이렇게 많이 잡아먹는데 굳이 작업증명을 유지해야 하는 걸까? 지분 증명으로 전환해도 되는 것이 아닐까? 쓸데없는 수학 문제를 푸는데 막대한 전기를 낭비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습니다. 이더리움의 경우 '작업증명'에서 '지분증명' 방식으로 전환하면서 에너지 소모량을 무려 99.95% 감소시켰습니다. 그런데 채굴이 필요한 이유가 있습니다. 바로 네트워크에 안정성과 보안을 크게 향상시키기 때문입니다. 누군가 비트코인 네트워크를 멈추거나 장악을 시도하려면 적어도 현재 비트코인 네트워크에 동원되는 연산 능력의 총합에 가까운 비용을 써야 하겠죠. 채굴 난이도와 채굴 수익성 채굴에 사용되는 컴퓨팅 파워의 단가를 모두 고려하면 특정한 개별 세력이 절대로 감당할 수 없는 천문학적인 수치가 나옵니다.
채굴은 탈중앙화에도 기여합니다. 채굴자들이 전 세계에 골고루 분산되어 있기 때문에 누군가 임의적으로 네트워크를 장악하기 어렵습니다. 뿐만 아니라 채굴은 비트코인의 시세를 유지하는데도 도움이 됩니다. 채굴자들은 무료 봉사자가 아니죠. 자신이 투입한 비용 대비 보상이 더 많아야 채굴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비트코인의 시장 가격은 채굴 단가와 비슷하게 맞춰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채굴 단가보다 가격이 더 내려가면 채굴자들은 물량을 매도하지 않겠죠. 채굴장이 망할 정도로 심각한 재정난을 겪고 있는 게 아니라면 말이죠. 결국 중요한 것은 전기를 얼마나 쓰느냐 보다는 전기가 어디에서 오느냐입니다. 채굴 전력의 대부분이 석탄 화력 발전소와 같은 재생 불가능한 곳에서 생성된다는 게 일반적인 대중의 인식입니다. 이런 인식이 만들어진 것은 중국의 영향이 컸습니다. 초기 채굴의 대부분이 중국에서 이루어졌기 때문이죠. 두 번째 불장이 있었던 2017년 BTC 가격이 급등하면서 비트코인 네트워크는 4배 이상 성장했습니다. 당시 비트코인이 소비하는 에너지 중에서 탄소 중립적인 에너지는 39% 수준이었습니다. 왜냐하면 중국은 화력 발전의 비중이 60%에 달할 정도로 높기 때문이죠. 2021년 이후 중국은 채굴을 원천적으로 금지했고 채굴장은 중국 이외의 지역으로 대거 이동했습니다. 그리고 변화가 생겨나기 시작했습니다. 마이크로 스트레티지의 CEO인 마이클 세일러가 비트코인 마이닝 협의회(BMC) 창설을 주도합니다. 여기에는 일론 머스크도 지지 의사를 표명했죠. 그리고 BMC에서 발표한 글로벌 비트코인 마이닝 데이터 리뷰에 따르면 2021년 기준 BMC 구성원들의 지속 가능 에너지 사용 비중은 무려 67.6%에 달했습니다. 그리고 전 세계 마이닝 업체의 평균도 56%에 이르고 있습니다. 그 어떤 국가보다 재생에너지 사용 비율이 높습니다. 친환경을 중요시하는 EU보다 높고 미국보다는 2배가량 높은 수치입니다. 그런데 더욱 중요한 게 있습니다. 이제는 환경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비트코인 채굴이 발전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KPMG의 주장처럼 ESG에 매력적인 자산이 되었다는 사실이죠.
에너지 기업 엑슨모빌의 시도
KPMG의 보고서에 등장하는 엑슨모빌의 실험을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엑슨모빌은 세계 최대의 에너지 기업입니다. 엑슨모빌은 미국의 노스다코다 바켄 지역에서 천연가스로 생산한 전력을 수천 개의 비트코인 채굴기에 공급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프로젝트가 특별한 이유는 원유 채굴 현장에서 낭비되는 천연가스를 유용한 자원으로 전환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천연가스를 운송 및 보관하려면 전용 파이프라인을 구축해야 합니다. 대규모 설비 비용을 감당해야 하죠. 그래서 다수의 에너지 기업들은 채굴 작업 중 발생하는 천연가스를 태우는 플레어링 방식을 사용해 왔습니다. 이 플레어링을 하는 이유는 천연가스를 그대로 대기 중에 방출하면 폭발의 위험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천연가스에 포함된 메탄, 황화수소 등은 온실 효과를 일으키거나 환경에 악영향을 크게 미칠 수 있습니다. 엑슨모빌은 플레어링을 대신해서 천연가스를 활용할 수 있는 방안으로 암호화폐 채굴 지원 사업을 시도한 것입니다. 이 방식은 에너지 효율과 비용 면에서 성과를 얻을 수 있고 환경에 전혀 악영향을 주지 않습니다. 오히려 환경에 도움이 됩니다. 왜냐하면 플레어링에 비해서 이산화탄소 같은 온실가스 배출량을 무려 63% 이상 줄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엑슨모빌은 노스다코다 외에도 알래스카, 나이지리아의 쿠아이보에, 아르헨티나의 바카 무에르타 등에서도 유사한 프로젝트를 고려하고 있습니다.
친환경 채굴과 가격
앞으로도 변화는 계속될 것입니다. 그리고 비트코인의 친환경 채굴은 BTC 가격에도 큰 영향을 미치게 될 것입니다. 2021년 5월 13일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암호화폐가 여러 면에서 좋은 아이디어이지만, 환경에 큰 피해를 줄 수 있다면서 테슬라에서 지원하던 비트코인 결제를 중단했습니다. 비트코인 가격이 15% 가까이 급락했죠. 비트코인의 환경 문제는 ESG를 준수해야 하는 기관 투자자들의 입장에서도 굉장히 곤란한 이슈입니다. 암호화폐 시장에 뛰어들고 싶어도 그럴 수가 없는 것이죠. 비트코인 채굴업계는 자정작용을 통해서 이 문제를 해결해 나가고 있습니다. 이제는 환경과 에너지 사업에 기여할 수 있는 다양한 실험을 모색하고 있는 것이죠. 이는 앞으로 다양한 기업과 기관의 유입을 촉진시키게 될 것입니다. 비트코인의 채택이 확대된다는 의미입니다. 따라서 비트코인 채굴에 친환경 전환은 비트코인의 지속적인 성장에 핵심적인 동력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오늘은 이렇게 마무리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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